설립목적

(사)해외한민족연구소 발기 취지문

무릇 사람이 한 시대적 인간으로서 참된 가치를 누리느냐의 여부는 바른 역사의식과 자기확인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역사적 존재로서 그 의지의산물이 곧 역사이기 때문이다.
이 원리는 작게는 개인의 역정에서 크게는 한 민족에게도 다같이 적용된다. 고금 역사의 기복에서 보듯 구성원의 의지가 어떻게 순응 또는 작렬하느냐에 따라 역사의 영고성쇠가 기록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자기확인과 그 확인된 인식의 바탕에서 앞으로 지향할 목표설정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한민족은 근세에 민족수난의 100년사를 겪었다. 열강에 의한 강제개항 이래 스스로의 운명을 자의대로 결정짓지 못하고 외세에 맡기는 비운을 초래하였다. 그 여파는 오늘에까지 지속되어 내적으로는 국토분단과 민족분열의 상황에 처해 있으며, 외적으로는 민족 간에 피의 단절을감내해야 하는 처지에 있습니다. 이 현상이 오늘의 솔직한 자기확인의 실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가 지향할 역사적 일차과제는 역사 주체로서의 민족을 통합하는 일이다. 역사주체로서의 민족통합과 의식의 성숙은 새로운 역사전개의 출발이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제 중에서도 해외에 거주하는 800만 교포에 대하여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찍이 중국의 손문이 "화교는 혁명의 어머니다"라고 설파한 것은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교훈의 가치를 지닌다. 남북을 합한 내국인의 거의 10%를 육박하는 이 수는 앞으로 전개될 국제사회에 있어서 대단히 큰 의미와 실제적 결과를 갖게 될 것이다.

향후 1세기를 조망해보면 국경과 주권의 개념이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주공동체와 미주국가들의 블록화 징후에서 감지되듯 엄격한 국경의 개념이 퇴색되면서 생활중심, 또는 문화(민족)권 중심의 새로운 형태의 단위로 변천할 것이며 이에 수반하여 영토주권의 개념도 바뀌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교포들의 이주배경과 생활실태, 의식구조와 모국과의 연계방법 등에 관한 연구가 참으로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중에서도 특히 중국과 소련거주의 교포들에 대해서는 더욱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키게 된다. 이들이 이주하게 된 특수한 경위, 반세기동안 단절된 정황, 상이한 이념과 체제하에서의 생활상, 그리고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과 소련교포들의 자치권요구 등은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며 역점을 두어야 할 사안들이다. 연변과 연해주지역은 고대는 물론 근대사적 특수한 연고로 인해 우리의 각별한 정서가 어려 있는 곳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우리 문화를 보존 창달케 하고 경제를 발전시켜 한반도와 더불어 21세기를 맞는 대열에 동참케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인류문화사의 변천을 조망하면서 한반도와 연변, 연해주를 연결하는 이른바 한민족공동체(The Korean Community)의 꿈을 가꾼다. 이 꿈은 21세기에 펼쳐질 민족사를 전망하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부여된 민족적 사명임을 자각하고, 이에 뜻을 모아 해외한민족연구소를 발족시키고자 한다. 뜻을 같이 하는 많은 분들의 참여와 성원을 기대하여 마지않는다.   1989년 6월 1일
발기인 일동